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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마법처럼 느껴질 때 우리는 초끈이론을 만난다.

by 요기오기 2025. 8. 7.

우리는 과학이라는 이름 아래 우주의 규칙을 배워왔지만, 때로는 그 법칙들이 마치 마법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오늘은 과학이 마법처럼 느껴질 때 왜 우리는 초끈이론을 만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초끈이론은 바로 그 경계에 서 있는 개념으로, 물리학의 깊은 질문에 답하려다 결국 인간의 상상력 너머의 세계까지 손을 뻗게 만든다.

과학이 마법처럼 느껴질 때 우리는 초끈이론을 만난다.
과학이 마법처럼 느껴질 때 우리는 초끈이론을 만난다.

 

과학의 한계를 넘어선 상상의 물리학, 초끈이론

20세기 말, 물리학은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기둥 위에 서 있었다. 그러나 이 두 이론은 근본적으로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중력을 설명하며 거시 세계를 다루고, 양자역학은 전자나 쿼크 같은 미시 세계에서의 상호작용을 다룬다. 문제는, 블랙홀의 중심이나 우주의 탄생점처럼 두 이론이 동시에 적용되어야 할 상황에서는 이들이 서로 어긋난다는 점이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이론이 바로 초끈이론이다.

초끈이론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입자들이 사실은 ‘끈’이라는 1차원의 진동체의 다양한 떨림 방식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즉, 전자와 광자, 쿼크와 중성미자까지 모두 동일한 끈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진동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단순한 원리로 우주의 모든 입자와 힘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은 물리학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 이론이 마치 마법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그 정교하고도 낯선 수학 구조 때문이다. 초끈이론은 우리가 사는 3차원 공간과 1차원 시간 외에도 6~7개의 차원이 더 존재해야 수학적으로 성립한다. 그 차원들은 너무 작아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으며, 이론적으로만 존재를 허용받는다. 인간의 직관을 뛰어넘는 이 수학적 구조는 과학자들이 ‘과학을 넘어선 과학’이라 부르는 지점까지 우리를 이끈다.

실재인가 상상인가, 실험으로 검증할 수 없는 이론

초끈이론은 그 이론적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험으로 증명된 적이 없다. 물리학은 전통적으로 실험적 증명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해 왔지만, 초끈이론은 그 복잡성과 규모 때문에 실험으로 검증하기 어렵다. 예컨대, 초끈이론이 예측하는 ‘끈’의 크기는 10의 -35 제곱미터 수준으로, 현재의 기술로는 그 진동을 직접 관찰할 수 없다.

그렇다면 초끈이론은 과학이 아니라 철학이 되어버리는 것일까? 이 질문은 물리학계에서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초끈이론이 물리학적 탐구의 최전선에 놓인 '가능성의 수학'이라 주장하며, 이론의 완결성과 통합적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반면 다른 이들은 “검증할 수 없는 이론은 과학이 아니다”라는 전통적 입장에서 초끈이론을 비판한다.

하지만 과학이 항상 실험 가능한 것만을 다뤄온 것은 아니다. 뉴턴의 중력 이론도 수백 년 전에는 실험적 증명보다 수학적 정합성으로 받아들여졌고,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역시 처음에는 철학적 사변처럼 여겨지다가 나중에 빛의 휘어짐 현상 등으로 관측되며 과학의 주류로 편입되었다. 초끈이론도 그러한 길을 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마법처럼 열리는 세계, 초끈이론의 철학적 파장

초끈이론이 단순히 입자와 힘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 존재의 방식과 우주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까지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과학의 마법’이라 불리는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이 이론은 우리 우주가 단 하나가 아니라 수없이 많은 우주 중 하나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다중우주 이론과 연결되며, 우리의 현실이 아주 특이한 조건에서 우연히 탄생한 결과일 수도 있다는 가설로 이어진다.

게다가, 초끈이론은 시공간조차도 물리적으로 ‘고정된 배경’이 아니라 끈의 움직임으로부터 파생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절대적인 배경으로 여겼던 시간과 공간이 끈의 진동이라는 더 깊은 층위에서 비롯되었다면, 그에 따라 우리의 존재 방식, 인식 체계, 철학적 사고까지 모두 재구성되어야 할지 모른다.

이는 과학이 철학과 맞닿는 순간이기도 하다. 현실의 본질은 무엇인가, 존재란 무엇인가 하는 고전 철학의 물음이 초끈이론이라는 과학 이론을 통해 다시 떠오른다. 과학이 더 이상 단순한 실험의 집합이 아니라, 세계에 대한 인간의 가장 깊은 통찰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